땡땡이
어제 비가 한바탕 내리더니 하루 아침에 선선한 가을이 되버렸다. 날씨가 좋고 손님도 없어서 땡땡이를 치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하다. 땡땡이는 상상으로만 치고 가게에 앉아 책을 읽다가 글을 쓰다가 한다. 주방에서는 저녁으로 먹을 고구마를 삶고 있다. 고구마 삶는 냄새가 여기까지 난다. 엥 여기까지 냄새가 난다고? 이상한데. 라고 생각하며 주방에 들어가보니 물이 다 쫄아서 고구마가 타고 있었다. 졸지에 군고구마가 되어버린 우리의 고구마. 주방을 다 태워먹을 뻔 했다.
이런 날씨에는 맥파이 브루어리에 가서 야외 좌석에 자리를 잡고 앉아 맥주와 피자를 먹고 싶은 기분이 든다. 아니면 창문을 열고 하염없이 드라이브를 한다던가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자전거를 탄다던가 그것도 아니면 그냥 공원을 산책하는 것도 좋겠다. 카페 사장님이 되기 전엔 날씨가 좋으니 카페에 가서 앉아있는 것도 좋겠다고 말했겠지만.. 이미 카페에 앉아있으므로 카페는 탈락. 남의 카페면 괜찮으려나.
나는 왜 자꾸만 다른 데로 가고싶어 하는 걸까. 이 놈의 역마살을 보따리에 싸서 어디 구석에 박아놓고싶다. 그럼 여기에 가만히 있는 시간들도 만족하며 보낼 수 있을텐데.